밀양 얼음골 숫가마불폭 등반 #2 (2006. 02. 26)

2006. 9. 9. 21:50LIFE/Climbing

[ 숫가마불 믹스 등반 전경 ]



 

[ 크럭스 돌파1 ]



 

[ 크럭스 돌파2 ]

 

 

 

[ 한마리 새처럼 날다 ]

 

 

[2006년 2월 26일 밀양 얼음골 숫가마불폭 믹스 등반]

 

 

========== 진상이가 쓴 산행기 ==========

 

책임감!

옛날 옛적 1978년 3월 .
남해 창선 다리밑에서 학교를 가지 않고 땡땡이를 치던 택이라는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입학한지 만 이틀도 지나지 않아 학교가기 싫어진 택이는 입학식날 받은 책을 북북 찢어 버렸다.
책보따리에 찢어진 책을 가지고 집으로 간 택이는 할머니께 들켜 버렸다.
머리 끝까지 화가난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 야..이놈아 이게 책임감?"
..
..
책임감이 물밀듯이 밀려들지 않을수 없는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또다른 유래가 있었으니
학교에 오지 않는 그 아이를 두고...택도없다 라는 말이 생겼다는
^^

등반이 하고 싶어 갑자기 울컥할때가 있다.
酒님을 앞장세워 토하는 열변이 거의 산 이야기이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실력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속에 나도 하나가 되어 세상의 시름을 잊고 현실을 탈피하고자 정말이지 산을 가고 싶었다.
내 울타리는 예전보다 훨씬 울창한 숲을 만들었다지만
누군가에게 자랑할것도 아니고 오로지 나의 뿌듯함에 또 다른 내가 개척한 세상속에서의 만족일 뿐인데 어찌 마음 한곳은 허전했는지...
결혼이라는 아주 평범한 사람도리로 산을 만들었고
나의 2세는 또다른 큰 산을 만들었는데
그 곳에서의 하루는 지친 하루하루가 되어 자꾸 녹초가 된다.
주위에서 들리는 청송이야기 설악산 이야기 판대이야기
설레이지 않은 말들은 도대체 무슨 말들일까.
한번은 가 봐야겠다.

곰팡내나는 자일에 묻은 세월의 흔적을 느낀다.
녹슨 아이스툴들을 하나 하나에 감회를 느끼며
늦은 오전 훈.섭.형들과 만나 숫가마불로 향했다.
내내~ 아가야자랑 마누라 흉.........^^

더덕더덕?
덕지덕지?
다닥다닥?
쩝.
그랬다.
숫가마불은 속이 텅빈 고드름 줄기 몇개가 그나마 빙폭이라 뻐기고 있었고
그보다 몇배는 더 많은 폭포수가 쉼없이 날렸다.
그래서,
복분자는 그렇게 많은 산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주님으로 거듭나셨으니.

줄 걸러 올라갔다.
한짐 짊어지고 삥~~둘러서 --;;
다음에 오면 꼭 그냥 집으로 돌아가리라 다짐다짐 하면서
어느새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더 내밀 배가 부족해 한참을 쉬어간다.
나도 어엿한 복식호흡가가 되어 자랑스럽구나.
항상 포만함만이 가득한 순대가 되어 남들 입방아 도마위에선 안주거리가 되겠다.

줄을 내렸다.
톱로핑 등반이라도 혹시 완등하지 못할지 몰라 상볼트 확보장비는 최소화 시켜 두고
하강하는데 생각보다 얼음이 건실했다.
스크류로 지지는 못할만큼이었지만 등반은 아주 순조롭겠다.
단지 폭포수가 많이 날린다는게 문제였지만 날씨가 포근해서 문제될만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던 얼음도 시간이 지나 물줄기가 더 거세질 쯔음엔
두 눈에 얼음귀신이 씌었는지 괜찮은 빙장이 되어있다.

아주 오랫만에 느끼는 숨소리가 맘에든다.
손마디에서 부터 빠지는 힘이 전완근에 도달될때쯤 느껴지는 펌핑이 거의 황홀하다.
타격이 빗나가고 그렇게 잘 박히던 아이젠 날이 직~직 그이며 행위를 중단하고 싶어질쯤 도착하는 폭포끝에 짱박아 둔 꿀단지..
그 꿀맛에 등반이 존재하지 않는가 말이가..
글쎄,
그 순간 모든것 잊고 아래에 남겨두고 온 복분자를 생각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취하지 않을 만큼 쬐리 있는 기분.
우리만 남은 폭포의 고요함이 그 기분을 대신하겠지.

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이 순간은 영원해도 지겹지 않을 시간인데
세월은 모든걸 얽어두질 않는다.
점차 옅어지는 태양도 집으로 길을 재촉하라 이르고
또다시
세상의 모든책임감을 짊어지라 산은 조용히 타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