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오늘 설악산 에서...

2007. 1. 16. 16:23LIFE/Climbing

[ 폭발 사고다음날가야동 계곡에서 마등령으로 철수중... ] [ CANON EOS5 / KODAK Ektachrome 슬라이드 인화후 스캔]


대학 산악부 시절 1학년 후배 한명 없이 들어갔던 설악산 동계 훈련산행...

덕분(?)에 동기 김명섭, 故신정대 와 함께 셋이서 장비와 식량을 담은 대형 배낭을 2개씩 짊어지고 갔다.

(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 무거운걸 들고 갔는지...ㅠㅠ )

설악동에서 신흥사 일주문 앞까지는 겨우 겨우 메고 갔지만 도저히 배낭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저항령골 베이스캠프 까지 두번에 걸쳐 짐을 옮겼다. ( 오전 7시 30분 베이스캠프 도착 )

언제 부턴가 설악산 베이스캠프는 희운각 --> 양폭 --> 설악골 --> 저항령골 로 차츰 차츰 내려왔다.

(결국 몇년 지나지 않아 1997년 부터 설악산 C지구 야영장으로 쫓겨(?) 가는 비운을 맞았지만... )

그 해 겨울은 잊을수 없는 일들이 많았는데...

눈내리는 죽음의 계곡에서 비박하면서 별사탕을 안주삼아 마셨던 피보다 더 귀한 소주 와

죽음의 계곡 훈련 중 부상 으로 베이스캠프로 하산했던 후배가 코펠안에 "형님 죄송 합니다" 라는 쪽지만 남기고

도망(?) 쳤던 경상대 1학년 "병수" ( 그 후에 이놈을 다시 볼수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해서 애 낳고 잘산단다.. ㅎㅎ )

그리고 위 사진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가야동계곡 폭발 사고...

( 사고 경위 는 다음과 같다 )

연맹산행 이 끝나고 선배 한분과 후배 한명이 합류해서 빙벽등반은 뒤로 미루고

산악부 자체산행을 가야동계곡 -->대청봉 --> 서북주능 워킹으로 잡았는데

첫날부터 눈이 내려서 운행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오세암을 지나 가야동 계곡에서 눈을 맞으며 비박을 하게 되었다.

비박을 하게된 곳은 계곡옆 큰 주목이 있는구릉지 였는데 주목나무가 내리는 눈을 막아 주었고 산세에 비해

평평하고 아늑한 곳 이었다.

( 원래 계획은 계곡 바위지대 에서 비박하려 했는데 위치가 너무 좋아서 옮긴게 화근이 될줄이야... )

특히 그날은 눈을 맞으며 산행을 하면서 옷들이 많이 젖어 있어 평소보다 더 강하게 모닥불을 피워 놓았다.

... 동기 정대와 내가 계곡쪽에서 눈을 녹여 다음날 산행에 필요한 물을 만들고 있을즈음 ...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화약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계곡쪽에 있던 우리는 급하게 비박지로 뛰어 올라가

눈으로 모닥불을 미친듯이 꺼기 시작했다.

주위는 어둠으로 묻히고 급히 꺼내든 랜턴으로 주위를 살펴보니 모닥불에 말리던 옷들이 나뭇가지와 주변에

널려 있었고 옷을 두손벌려 펴서 말리고 있던 명섭이는 얼굴이 온통 숯 검정 투성 이였다.

그리고..홍일점으로 산행전날 합류했던 여자 후배(도숙)는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얼마간의 침묵뒤에 눈물을 흘리며 서있던 명섭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담배 하나 줘" 한다. ( 휴~ 죽는줄 알았네)

주위가 차츰 안정을 찾아갈 무렵 포병출신이던 동기 정대가 포에 들어가는 장약이 터진것 같다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어떻게 이런곳에 화약이 묻혀 있을수가 있는지 의아 했지만 설악산이 6.25 격전지 라는 것을 인지하고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침 다음날 산행에 필요한 물을 만들고 있어서 우선 급한대로 눈을 소독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탈출(?) 을 했다.

베이스캠프로 귀환 하던날 하늘은 어찌나 푸르고 아름답던지... ( 위 사진 참조 ^^ )

더 재미(?) 있었던 일도 있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 본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날 산행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